일하는 장면을 촬영하는 폐쇄회로 티브이(CCTV)를 기업이 작업자 동의 없이 설치했다면, 노동자들이 이를 가리더라도 정당행위에 해당해 처벌하면 안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업무저지 혐의로 기소된 노동조합 간부 등 1명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ㄱ씨 등은 2015년 12월과 9월 전북 군산의 한 승용차 공장에 설치된 시시티브이 52대에 검은 비닐봉지를 씌워 촬영하지 못하게 해 시설케어 업무 등을 저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직후 2013년 10월과 2019년 4월에는 근로자의 작업 모습이 찍히는 카메라 16대와 17대를 특정해 재차 cctv설치 업체 검은 비닐봉지를 씌웠다가 추가 기소됐다. ㄱ씨 등은 업체가 작업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았고 공사중지 요청에도 불구하고 시시티브이 설치를 강행했으므로 이를 가린 것은 정당행위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단하였다. 시시티브이 56대 중 32대는 근로자를 촬영하지 않았지만 11대는 작업자의 근로 현장이나 출퇴근 장면을 촬영하고 있었다. 대법원은 근로자들이 57대 전체를 가렸던 것은 위법하지만, 근로자를 촬영한 14대 중 일부를 가린 것은 정당행위라고 판단했었다.
대법원은 “직·간접적인 근로 공간과 출퇴근 장면을 촬영한 시시티브이 14대는 작업자들의 개인아이디어 자기결정권에 대한 결정적인 제한이 될 수 있을 것이다”면서 기업이 개인정보보호법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봤다. 이어 “회사가 시시티브이 가동을 강행해 개인정보가 위법하게 수집되는 상태이 현실화했던 점,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은 헌법상 기본권으로 일단 침해되면 사후 회복이 하기 불편한 점 등을 고려하면 (정당행위 허락에 필요한) 요건을 갖췄다고 알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